가산금리는 왜 사람마다 다를까 — 내 대출금리의 나머지

같은 은행에서 같은 날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린 두 사람이 있습니다. 둘 다 같은 COFIX를 씁니다. 그런데 한 사람의 금리가 다른 사람보다 1%p 가까이 높습니다.

지표금리는 시장이 만드는 값이라 누구에게나 똑같습니다.

그러니 두 사람의 차이는 전부 나머지 부분에서 납니다.

그 나머지를 가산금리라고 부릅니다. 이 글은 그 나머지가 무엇으로 이뤄져 있고, 왜 사람마다 다른지, 그리고 그중 내가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 어디인지를 다룹니다.

목차

대출금리는 사실 두 조각이다

은행연합회가 쓰는 공식은 간단합니다.

대출금리 = 대출 기준금리 + 가산금리

여기서 대출 기준금리는 앞 글에서 다룬 지표금리입니다.

COFIX, 금융채 금리, CD 금리처럼 바깥에서 공표되는 값을 가져다 씁니다. 그리고 가산금리는 은행이 거기에 얹는 몫입니다.

그래서 대출약정서에는 보통 “잔액기준 COFIX + 1.3%” 처럼 지표금리 이름과 가산금리가 합으로 적혀 있습니다. 앞은 시장이 정하고, 뒤는 은행이 정합니다.

한 가지 바로잡을 것이 있습니다. 1편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지표금리 + 가산금리 − 우대금리로 세 조각을 나눠 설명했습니다. 체감으로는 그렇게 느껴지지만, 공식 분류로는 조각이 둘이고 우대금리는 가산금리 안에 들어 있습니다. 왜 그런지는 바로 아래 표에서 보입니다.

가산금리를 이루는 여덟 가지

가산금리는 은행이 기분으로 정하는 숫자가 아닙니다.

「대출금리 체계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규준」에 따라 항목별로 쪼개어 산정하게 돼 있고, 은행연합회는 그 항목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항목무엇에 대한 값인가
리스크프리미엄자금조달금리와 대출 기준금리 사이의 차이
유동성프리미엄자금을 다시 조달해야 할 때의 불확실성을 관리하는 비용
신용프리미엄고객의 신용등급·담보 종류에 따른 평균 예상 손실비용
자본비용예상 못 한 손실에 대비해 쌓아둬야 하는 자본의 기회비용
업무원가대출을 취급하는 데 드는 인건비·전산처리비용
법적비용보증기관 출연금, 교육세 등 법으로 내게 돼 있는 돈
기대이익률은행이 남기려고 설정한 수익률 — 이른바 마진
가감조정 전결금리부수거래 감면금리, 본부·영업점장 전결로 조정하는 금리

여덟 개를 성격으로 묶으면 세 덩어리가 됩니다.

  • 은행의 원가와 마진 — 유동성프리미엄, 자본비용, 업무원가, 법적비용, 기대이익률. 내가 누구든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 조달 구조에서 오는 차이 — 리스크프리미엄. 시장 상황에 따라 움직입니다.
  • 나를 반영하는 부분 — 신용프리미엄과 가감조정 전결금리. 사람마다 달라지는 곳은 사실상 이 둘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항목의 “부수거래 감면금리”가 우리가 흔히 우대금리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별도의 세 번째 조각이 아니라 가산금리를 깎는 마이너스 항목입니다.

대출금리가 대출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두 조각으로 이뤄지고, 가산금리 안에 신용프리미엄과 우대금리가 들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구조도
사람마다 금리가 갈리는 곳은 가산금리 안의 두 항목뿐이다.

왜 내 가산금리만 더 높을까

위에서 정리한 대로, 사람을 갈라놓는 항목은 둘입니다.

신용프리미엄 — 은행이 보는 나의 위험

은행연합회의 정의는 “고객의 신용등급, 담보 종류 등에 따른 평균 예상 손실비용”입니다.

표현이 딱딱하지만 뜻은 분명합니다. 돈을 못 받을 가능성을 미리 값으로 매긴 것입니다.

그래서 신용점수가 낮으면, 담보가 약하면, 소득이 불안정하면 이 항목이 올라갑니다.

신용점수는 추상적인 등급이 아니라 매달 내는 이자에 직접 붙는 금액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일 것이 있습니다. 은행연합회는 인하 여부와 규모가 은행별 CSS(개인신용평가시스템) 평가 결과와 상품 특성, 내부 정책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합니다.

즉 같은 사람이라도 은행마다 평가가 다릅니다. 한 곳에서 받은 조건이 그 사람의 객관적인 값은 아닙니다.

가감조정 전결금리 — 거래실적과 재량

급여이체, 카드 사용, 자동이체 같은 부수거래를 하면 깎아주는 부분입니다.

여기에 더해 본부나 영업점장이 재량으로 조정하는 몫도 같은 항목에 들어갑니다.

같은 조건의 두 사람이 다른 금리를 받는 일이 생기는 건 대체로 이 두 항목 때문입니다.

우대금리는 할인이 아니라 조건부 가격이다

우대금리를 한 번 받으면 끝나는 할인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은행연합회는 대출이 실행된 이후의 금리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대출금리는 대출 기준금리의 변동과 거래실적(부수거래 감면금리) 등을 반영하여 변경된다고요.

바꿔 말하면 조건이 깨지면 감면도 사라집니다.

그래서 “우대금리를 0.5%p 받았다”는 말에는 언제나 “조건을 유지하는 동안”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계약할 때 세 가지를 확인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 어떤 조건인가 — 급여이체 금액, 카드 사용액, 자동이체 건수 등 구체적인 기준
  • 언제 다시 보나 — 매달인지 분기인지. 재평가 시점이 곧 감면이 사라질 수 있는 시점입니다
  • 깨지면 언제 반영되나 — 조건을 못 채운 달의 다음 달인지, 다음 금리 변경일인지

조건을 맞추려고 쓰는 돈과 감면받는 이자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면 판단이 쉬워집니다.

카드를 월 30만 원 더 써야 하는 조건이라면, 그 지출이 원래 하던 지출인지 아닌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금리인하요구권 — 다시 계산해 달라고 요구하는 권리

가산금리에서 사람마다 달라지는 부분이 신용프리미엄이라면,

내 신용이 좋아졌을 때 그 값을 다시 매겨 달라고 할 수 있어야 공평합니다.

그 권리가 금리인하요구권이고, 「은행법」 제30조의2에 근거가 있습니다.

은행연합회가 드는 사유의 예는 이렇습니다.

  • 취업, 이직, 승진
  • 재산 증가, 부채 감소
  • 신용평가등급 상승

이름이 오해를 부르는데, “깎아 달라”가 아니라 “다시 계산해 달라”에 가깝습니다.

제도는 신용도 개선 상태를 반영해 금리를 재산출하고, 재산출 결과 금리가 내려간 경우에 요구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그래서 신청한다고 반드시 내려가지는 않습니다.

신용이 좋아지면 재산출을 요구하고 은행이 다시 계산해 금리가 내려가면 수용, 그대로면 거절되는 금리인하요구권 처리 흐름도
금리인하요구는 인하를 보장하는 제도가 아니라 재산출을 요구하는 권리다.

다만 내려갈 수 있는데 그냥 두는 경우가 있다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합니다.

은행이 먼저 찾아와 다시 계산해 주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대부분 앱에서 비대면으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내 가산금리를 확인하고 비교하는 법

내 것은 대출약정서나 은행 앱의 대출 상세 화면에 있습니다.

“○○기준 COFIX + 몇 %” 에서 뒤의 숫자가 가산금리입니다. 우대금리를 받고 있다면 최종 적용 금리는 거기서 더 내려간 값입니다.

남들 것은 은행연합회가 은행별로 공시합니다.

평균 대출금리가 기준금리 부분과 가산금리 부분으로 나뉘어 나오기 때문에, 어느 은행이 얼마를 얹는지 견줘볼 수 있습니다.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공시는 평균입니다.

그 은행 고객 전체를 뭉뚱그린 값이라 내 조건과는 다릅니다.

“이 은행이 내게 얼마를 매길까”가 아니라 “은행들 사이에 차이가 있나”를 보는 용도로 쓰는 편이 정확합니다.

흔한 오해 세 가지

“가산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오른다”

대개는 그렇지만, 반대로 가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은행연합회가 설명 자료에서 든 A은행 사례가 그렇습니다.

어떤 기간 동안 A은행의 가산금리는 0.58%p 올랐는데, 같은 기간 대출 기준금리가 1.27%p 내리면서 최종 대출금리는 오히려 0.69%p 내려갔습니다. 전체에서 가산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21.6%에서 46.6%로 뛰었고요.

그래서 “어느 은행 가산금리가 올랐다”는 뉴스만으로는 그 은행 대출금리가 올랐는지 알 수 없습니다.

두 조각을 같이 봐야 합니다.

“우대금리는 한 번 받으면 계속 유지된다”

아닙니다. 부수거래 감면은 거래실적을 반영해 변경됩니다.

급여이체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거나 카드 사용액이 기준에 못 미치면 그만큼 되돌아갑니다.

이자가 갑자기 늘었다면 시장금리보다 내 조건이 깨진 것은 아닌지 먼저 확인해 볼 만합니다.

“금리인하요구 수용률이 높은 은행이 좋은 은행”

은행연합회가 공시 화면에서 직접 주의를 주는 대목입니다.

비대면 신청이 편한 은행일수록 신청 건수가 많아져 수용률이 오히려 낮아집니다.

신청 문턱이 높아 애초에 될 사람만 넣는 은행은 수용률이 높게 나옵니다.

그래서 은행연합회는 수용률만 보지 말고 이자감면액, 인하금리, 비대면 신청률을 함께 보라고 안내합니다.

하나의 숫자로 순위를 매기기 어려운 지표라는 뜻입니다.

정리

  • 대출금리 = 대출 기준금리 + 가산금리. 앞은 시장이, 뒤는 은행이 정한다
  • 가산금리는 여덟 개 항목으로 쪼개 산정된다. 대부분은 은행의 원가와 마진이다
  • 사람마다 달라지는 곳은 신용프리미엄과 가감조정 전결금리 둘뿐이다
  • 우대금리는 별도 조각이 아니라 가감조정 항목 안의 감면이다. 조건이 깨지면 사라진다
  • 금리인하요구권은 깎아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다시 계산해 달라는 요구다
  • 내 숫자는 약정서에, 은행 간 비교는 은행연합회 공시에 있다

이로써 내 대출금리를 이루는 조각이 모두 나왔습니다. 전체 구조는 기준금리가 바뀌어도 내 대출 이자는 왜 그대로일까에, 지표금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코픽스(COFIX)가 뭐길래 내 대출금리를 정할까에 있습니다.

이 글은 가산금리가 산정되는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며, 특정 은행이나 상품을 권하지 않습니다. 실제 적용 금리와 우대 조건은 개인과 상품에 따라 다르므로 거래 은행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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