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 이자는 금방 오르는데 예금 이자는 좀처럼 안 오릅니다.
반대로 내릴 때는 예금 이자가 먼저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이 여기서 “은행이 얄밉다”로 결론을 냅니다.
심증은 그럴듯합니다. 다만 은행연합회가 공개한 산정식을 들여다보면 설명이 다른 데 있습니다.
애초에 예금금리와 대출금리는 만드는 방향이 반대이고, 늦게 반영되는 이유도 심보가 아니라 상품 구조에 있습니다.
하나는 더하기, 하나는 빼기
앞 글에서 본 대출금리 공식은 이랬습니다.
대출금리 = 대출 기준금리 + 가산금리
은행연합회가 밝힌 예금금리 산정식은 이렇습니다.
예금금리 = 한국은행 기준금리 − 제비용률 − 업무원가 ± 경쟁금리

차이가 보입니다. 대출금리는 바닥에서 위로 쌓아 올리고, 예금금리는 천장에서 아래로 깎아 내립니다. 그래서 대출금리는 지표금리보다 항상 높고, 예금금리는 기준금리보다 낮게 나오는 경향이 생깁니다.
또 하나. 대출금리가 쓰는 “대출 기준금리”는 COFIX나 금융채처럼 시장에서 공표되는 값이고, 예금금리가 쓰는 것은 한국은행 기준금리입니다. 출발점부터 다른 금리입니다. 이것만으로도 둘이 나란히 움직이지 않을 이유가 충분합니다.
예금금리에서 무엇이 빠지나
빼는 항목이 셋입니다. 은행연합회 설명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습니다.
| 항목 | 무엇인가 |
|---|---|
| 예금보험료 | 예금보험공사가 예금보험기금을 쌓기 위해 금융회사에서 받는 보험료. 은행이 망했을 때 대신 예금을 내주기 위한 재원 |
| 지급준비금 | 예금자의 인출 요구에 대비해 예금액의 일정 비율 이상을 한국은행에 의무로 맡겨두는 돈 |
| 업무원가 | 예금 업무를 처리하는 데 드는 인건비·전산처리비 |
앞의 둘이 특히 눈에 띕니다. 둘 다 내 예금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장치입니다. 예금보험료는 예금자보호의 재원이고, 지급준비금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찾아가도 내줄 수 있게 남겨두는 돈입니다.
그러니까 안전장치의 값이 내 예금금리에서 미리 빠져나가는 구조입니다.
공짜로 보호받는 게 아니라 금리를 조금 덜 받는 형태로 내고 있는 셈입니다. 손해라는 뜻이 아니라, 그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가 여기에 있다는 뜻입니다.
마지막 ± 경쟁금리는 다른 은행이 얼마를 주는지, 지금 자금이 더 필요한지에 따라 붙거나 빠지는 부분입니다. 특판 상품이 나오는 자리가 여기입니다.
늦게 오르는 진짜 이유
은행연합회는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해두었습니다. 요지는 두 상품의 구조가 비대칭이라는 것입니다.

- 대출은 잔액의 상당 부분이 변동금리입니다. 금융채·COFIX 같은 시장금리에 연동돼 있고, 3~6개월 산정주기가 돌아오면 바로 반영됩니다
- 예금은 주로 1~2년 만기 고정금리입니다. 이미 가입한 예금의 금리는 만기까지 안 바뀝니다
여기서 체감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내 대출은 다음 변경일에 바로 오르는데, 내 예금은 이미 묶여 있어 만기가 와야 새 금리를 받습니다. 은행이 예금금리를 안 올린 게 아니라, 내가 든 예금이 옛날 금리에 고정돼 있는 겁니다.
실제로 은행 창구의 신규 예금 금리는 이미 올라 있는데 내 통장 금리만 그대로인 경우가 흔합니다. 둘은 다른 숫자입니다.
그리고 이 비대칭은 내릴 때도 똑같이 작동합니다. 금리가 떨어지면 내 대출 이자는 변경일에 내려가지만, 이미 든 고정 예금은 만기까지 높은 금리를 그대로 받습니다. 방향만 반대일 뿐 구조는 같습니다.
그래서 은행이 이득을 보나
이 질문을 숫자로 보라고 만들어둔 공시가 있습니다. 예대금리차입니다. 대출금리 평균에서 예금금리 평균을 뺀 값을 은행별로 공시합니다.
다만 읽을 때 조심할 점이 있습니다.
- 예대금리차는 은행의 이익률이 아닙니다. 가산금리를 이루는 항목만 봐도 업무원가(인건비·전산처리비), 법적비용, 신용프리미엄(떼일 가능성에 대비한 값)이 들어 있습니다. 이 비용들이 예대금리차 안에 포함돼 있으므로, 그 폭이 곧 남는 몫은 아닙니다
- 신규취급 기준과 잔액 기준이 다릅니다. 신규는 지금 새로 나가는 금리이고, 잔액은 이미 나가 있는 것까지 포함한 평균입니다. 위에서 본 시차 때문에 두 값이 한동안 다르게 움직입니다
- 고객 구성이 다르면 숫자도 달라집니다. 신용도가 낮은 고객이 많은 은행은 가산금리가 높아 예대금리차도 커 보입니다
그래서 예대금리차는 “어느 은행이 나쁜가”보다 “은행 사이에 차이가 있나”를 보는 지표로 쓰는 편이 정확합니다. 신용점수 구간별로도 나눠 볼 수 있습니다.
같은 돈으로 금리를 더 받는 방법
은행연합회가 안내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어느 은행이 좋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구조상 금리가 더 붙는 자리에 대한 설명입니다.
- 거래실적 우대금리 — 신용·체크카드 이용실적, 환전실적, 급여이체, 공과금·통신료·보험료 자동이체 등. 여러 은행에 흩어놓기보다 주거래를 모을 때 붙는 구조입니다
- 특판 상품 — 은행이 예대율 관리나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수시로 내놓는 한시 상품입니다. 가입 시점에 나와 있는지 확인해 볼 만합니다
- 비대면 전용 상품 — 인터넷·모바일뱅킹 전용에 더 높은 금리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업무원가가 덜 드는 만큼 덜 깎이는 셈입니다
다만 우대 조건을 맞추려고 쓰는 돈이 받는 이자보다 크면 의미가 없습니다. 대출 우대금리와 마찬가지로 조건을 채우는 비용과 받는 금액을 나란히 놓고 보는 게 먼저입니다.
1차 출처는 아래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예금금리 산정과 시차 설명 — 전국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
- 은행별 예대금리차 비교공시 — 전국은행연합회
- 대출금리 구성 — 전국은행연합회
흔한 오해 세 가지
“기준금리가 오르면 내 예금 이자도 오른다”
이미 가입한 예금은 만기까지 그대로입니다. 오르는 것은 지금 새로 드는 상품의 금리입니다. 내 통장 금리와 창구에 붙은 금리는 다른 숫자입니다.
“예대금리차가 크면 그만큼 남긴 것이다”
예대금리차에서 인건비·전산비·점포비, 떼이는 대출 대비 비용이 다시 빠집니다. 남는 몫은 그보다 훨씬 작습니다. 게다가 신규 기준과 잔액 기준은 시차 때문에 한동안 다르게 나옵니다.
“만기가 지나도 금리는 그대로 붙는다”
많은 예금 상품이 만기 뒤에는 약정 금리가 아닌 별도의 낮은 금리를 적용합니다. 만기가 지났다고 그동안의 금리가 계속 붙는 구조가 아닙니다. (적용 방식은 상품마다 다릅니다. 이 글에서 1차 출처로 확인하지 못한 부분이므로, 만기 이후 금리는 가입할 때 상품설명서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정리
- 대출금리는 지표금리에 더해 만들고, 예금금리는 기준금리에서 빼서 만든다. 방향이 반대다
- 예금금리에서 빠지는 것은 예금보험료 · 지급준비금 · 업무원가. 앞의 둘은 내 예금을 지키는 장치의 값이다
- 늦게 오르는 이유는 대출은 변동금리가 많고 예금은 1~2년 고정이라는 구조의 비대칭이다
- 같은 이유로 내릴 때는 반대로 작동한다
- 예대금리차는 이익률이 아니다. 은행 간 비교용으로 읽는다
- 금리가 더 붙는 자리는 거래실적 우대 · 특판 · 비대면 전용
대출 쪽 구조는 기준금리가 바뀌어도 내 대출 이자는 왜 그대로일까와 코픽스(COFIX)에서 다뤘고, 예금이 지켜지는 방식은 예금자보호 1억원에서 다뤘습니다.
이 글은 예금금리가 정해지는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며, 특정 은행이나 상품을 권하지 않습니다. 실제 적용 금리와 우대 조건은 상품에 따라 다르므로 위 1차 출처와 거래 은행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