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은 1억 원까지 보호된다.” 예금자보호를 두고 아마 가장 널리 알려진 문장일 겁니다. 그런데 예금보험공사 안내문을 그대로 읽어보면 이 한 문장에 단서가 넷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반대 방향의 사실도 하나 있습니다. 1억 원은 하나가 아닙니다. 조건이 맞으면 같은 금융회사 안에서도 한도를 여러 번 받습니다. 이것도 잘 안 알려져 있습니다.
예금자보호는 보험이다
이름 그대로입니다. 예금보험공사는 금융회사에게서 평소에 보험료를 받아 기금으로 쌓아둡니다.
그러다 어떤 금융회사가 예금을 못 내주는 상황이 되면 그 회사를 대신해 예금자에게 돈을 지급합니다.
여기서 두 가지가 따라옵니다.
- 보험료를 낸 회사의 상품만 보호됩니다. 예금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곳은 대상이 아닙니다
- 보험료를 낸 회사의 상품이라도 전부는 아닙니다. “예금 등”에 해당하는 것만입니다
전액이 아니라 일정액만 보호하는 이유도 공사가 밝혀두고 있습니다.
소액 예금자를 우선 보호하되, 부실한 회사를 고른 예금자도 책임을 나눠 진다는 취지입니다.
즉 한도는 실수가 아니라 설계입니다.
“1억”에 붙는 네 가지 단서
① 금융회사별이다 — 지점별도, 상품별도 아니다
공사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1억 원은 “예금의 종류별 또는 지점별 보호금액이 아니라 동일한 금융회사 내에서 예금자 1인이 보호받을 수 있는 총금액”입니다.
같은 은행의 다른 지점에 나눠 넣어도 합쳐서 1억이고,
정기예금과 적금으로 쪼개도 합쳐서 1억입니다. 외화예금도 여기 포함됩니다. 나누는 것이 의미가 있으려면 회사가 달라야 합니다.
② 이자는 “적은 쪽”으로 계산한다
보호 대상은 원금이 아니라 원금 + 소정의 이자입니다. 그런데 이 “소정의 이자”에 정의가 따로 있습니다.
약정이자와 공사 결정이자 중 적은 금액입니다.
공사 결정이자는 예금보험공사가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금리를 감안해 따로 정하는 값입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높은 금리를 주던 곳일수록 약정이자와 평균금리의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금리가 높아서 고른 상품이라면 이자 쪽은 생각보다 적게 계산될 수 있습니다. 원금은 그대로지만 이자는 깎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③ 대출이 있으면 먼저 갚힌다
같은 금융회사에 예금도 있고 대출도 있다면, 공사는 예금에서 대출금을 먼저 상환(상계)시키고 남은 예금을 기준으로 보호합니다.
예금 1억 원과 대출 4천만 원이 같은 회사에 있다면, 보호 대상은 1억이 아니라 상계 후 남는 6천만 원이 기준이 됩니다. 손해를 보는 구조는 아니지만 — 어차피 갚아야 할 돈입니다 — “1억이 있으니 1억을 받는다”는 계산은 틀립니다.
④ 법인도 “1인”이다
예금자 1인에는 개인뿐 아니라 법인도 들어갑니다. 회사 자금을 한 은행에 몰아두고 있다면 개인과 똑같이 한 회사당 1억이 상한입니다.
1억은 하나가 아니다
여기서 방향이 바뀝니다. 아래 셋은 일반 예금과 분리해서 별도로 1인당 1억 원까지 보호됩니다.

- 퇴직연금 적립금 — 확정기여형(DC), 개인형(IRP),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 이 셋은 각각이 아니라 합산해서 1억 원입니다. 그리고 보호대상 금융상품으로 운용되고 있을 때만 해당합니다
- 연금저축 — 신탁과 보험
- 사고보험금
그러니까 한 은행에 일반 예금 1억, IRP 1억, 연금저축 1억이 있다면 세 칸이 각각 보호됩니다. 예금만 세 갈래로 쪼갰을 때와는 결과가 완전히 다릅니다.
다만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그 계좌 안에서 무엇으로 굴리고 있는지가 기준입니다. IRP 계좌라도 안에 든 것이 펀드라면 보호 대상이 아닙니다. 계좌 이름이 아니라 내용물이 기준입니다.
애초에 보호되지 않는 것들
공사가 공개한 표에서 의외라고 느낄 만한 것들을 추렸습니다.
| 구분 | 보호 | 비보호 |
|---|---|---|
| 은행 | 보통·정기예금, 적금, 주택청약예금·부금, 표지어음, 외화예금, 원본이 보전되는 금전신탁 | 주택청약저축·주택청약종합저축,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은행 발행채권, 펀드·MMF, 실적배당형 신탁 |
| 퇴직연금 | DC형·IRP 적립금 (보호 상품으로 운용될 때) | 확정급여형(DB) 적립금 |
| 보험사 | 개인이 가입한 보험계약, 퇴직보험 | 변액보험계약 (최저사망보험금 등 최저보증은 보호), 법인이 계약자·납부자인 보험계약 |
| 증권사 | 주식 등을 사는 데 쓰이지 않고 계좌에 현금으로 남은 금액, 신용거래 관련 보증금·담보금 | CMA, ELS·ELB·ELW, 랩어카운트, 증권사 발행채권, 청약자예수금, RP |
짚어둘 곳이 셋 있습니다.
- 주택청약종합저축은 비보호입니다. 이름에 “저축”이 들어가고 은행에서 드는데도 그렇습니다. 공사가 붙여둔 각주에 이유가 있습니다 — 「주택도시기금법」 제14조 제2항에 따라 주택도시기금으로 정부가 별도로 관리하기 때문입니다. 위험해서 빠진 게 아니라 애초에 은행에 맡긴 예금이 아니어서입니다
- 같은 퇴직연금이라도 DB형(확정급여형) 적립금은 비보호입니다. 공사 표에 그렇게 올라 있습니다. 내 퇴직연금이 어느 형인지는 회사나 운용사에 확인해야 합니다
- 증권사 CMA는 비보호입니다. 수시입출금이 돼서 예금처럼 느껴지지만 예금이 아닙니다
내가 든 상품이 어느 쪽인지는 보호대상 금융상품 검색에서 회사와 상품명을 넣어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도를 넘으면 전부 잃나
아닙니다. 여기서 끝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한 단계가 더 있습니다.

보험금으로 보호받지 못한 나머지 금액은 파산한 금융회사의 재산에서 배분받습니다. 그 회사가 선순위 채권을 다 갚고도 재산이 남으면, 다른 채권자들과 함께 채권액에 비례해 나눠 받습니다.
얼마나 돌아올지는 그 회사에 얼마가 남았는지에 달려 있어서 미리 알 수 없습니다. 전부 돌아올 수도, 일부만 돌아올 수도,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한도 초과분이 자동으로 0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알아둘 만합니다.
한 가지 더. 1억 원 이하 예금자는 계약을 인수한 다른 금융회사와 기존 조건대로 거래를 이어갈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수 조건에 따라 달라지지만, 모든 상황이 “돈을 돌려받고 끝”으로 가지는 않습니다.
1차 출처는 아래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한도가 5천만 원에서 1억 원으로 오른 적용 시점은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현재 값과 시행일은 위 예금보험공사 안내에서 확인하세요.
흔한 오해 세 가지
“한 은행에서 상품을 나누면 한도도 나뉜다”
일반 예금끼리는 나뉘지 않습니다. 정기예금·적금·외화예금을 따로 들어도 한 회사 안에서는 합산입니다. 지점을 달리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뉘는 건 퇴직연금·연금저축·사고보험금처럼 성격이 다른 칸뿐입니다.
“약정이자까지 그대로 받는다”
약정이자와 공사 결정이자 중 적은 쪽입니다. 금리를 높게 주던 상품일수록 이 차이가 커질 수 있습니다. 원금은 한도 안에서 지켜지지만 이자는 약속대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은행에서 판 상품이면 은행 상품이다”
창구가 같아도 상품의 성격은 다릅니다. 펀드나 실적배당형 신탁은 운용 결과에 따라 원금이 줄 수 있는 상품이라 애초에 보호 대상이 아닙니다. 판 곳이 아니라 상품이 무엇인가가 기준입니다.
정리
- 보호 단위는 금융회사별 · 1인당 · 원금+소정이자 합산 1억 원. 지점이나 상품 종류로는 안 나뉜다
- 이자는 약정이자와 공사 결정이자 중 적은 쪽
- 같은 회사에 대출이 있으면 상계 후 남은 예금이 기준
- 퇴직연금(DC·IRP·중퇴기금)은 합산 1억, 연금저축과 사고보험금은 각각 1억으로 따로 보호된다
- 청약저축 · CD · RP · CMA · ELS · DB형 퇴직연금은 비보호
- 한도 초과분도 파산 재산에서 비례 배분받을 수 있다. 자동으로 0이 되지 않는다
내가 맡긴 예금이 은행에서 어떻게 쓰이고 그것이 대출금리로 돌아오는지는 코픽스(COFIX)가 뭐길래 내 대출금리를 정할까에서, 금리 자체가 정해지는 구조는 기준금리가 바뀌어도 내 대출 이자는 왜 그대로일까에서 다뤘습니다.
예금보험공사가 하는 일은 이것만이 아닙니다. 잘못 보낸 돈을 되찾는 절차도 같은 기관이 운영합니다. 순서를 지키지 않으면 신청 자체가 막히는데, 그 구조는 착오송금, 은행을 먼저 거치지 않으면 신청도 안 된다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 글은 예금자보호제도의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며, 특정 금융회사나 상품을 권하지 않습니다. 제도는 개정될 수 있고 상품별 보호 여부는 개별 확인이 필요하므로 위 예금보험공사 안내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