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물가가 올랐다”는 뉴스에는 보통 숫자 하나가 붙습니다. 2026년 8월분이라면 전년동월비 +15.6%입니다.
그런데 그 숫자가 실린 같은 발표 자료 안에 −2.4%도 있고 +2.2%도 있습니다.
오류가 아닙니다. 셋 다 같은 지수의 숫자입니다. 어느 기준으로, 어느 항목을 보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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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물가지수는 누가 어떻게 만드나
수입물가지수는 한국은행 물가통계팀이 작성해 월 1회 공표합니다. 2026년 8월분은 2026년 9월 15일에 나왔습니다. 전월 자료를 다음 달 중순에 내는 구조입니다.
지수의 기준시점은 2020년 = 100입니다. 즉 156.31이라는 값은 “2020년에 내던 돈의 1.5631배”라는 뜻입니다. 퍼센트가 아니라 배수를 담은 숫자입니다.
그리고 보도자료 각주에 이런 문장이 붙습니다.
당월 지수는 잠정치(preliminary)이며 익월 지수 공표시 확정됨
뉴스에 처음 나온 숫자는 아직 확정된 값이 아닙니다. 다음 달 발표 때 조정됩니다.
틀린 게 아니라 설계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지난달 기사의 숫자와 이번 달 자료의 숫자가 다르면, 어느 쪽이 거짓인 게 아니라 잠정치가 확정치로 바뀐 것입니다.
같은 달에 두 개의 숫자가 나온다
여기가 이 글의 핵심입니다. 한국은행은 수입물가지수를 두 가지 기준으로 동시에 발표합니다.
- 원화기준 — 원화로 환산한 가격. 환율 변동이 포함된다
- 계약통화기준 — 실제 계약에 쓰인 통화(대부분 달러) 그대로의 가격. 환율 효과가 빠진다
통계표에서는 이렇게 구분합니다.
< >내는 계약통화기준임
즉 환율이 물가에 얼마나 영향을 줬는지 추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은행이 이미 분리해서 두 숫자를 나란히 줍니다.
그런데 뉴스는 거의 항상 원화기준만 인용합니다. 환율이 섞인 숫자입니다.
2026년 8월에는 부호가 반대였다
2026년 8월 수입물가지수 총지수를 두 기준으로 나란히 놓으면 이렇습니다.
| 기준 | 2026.7 | 2026.8(잠정) | 전월비 | 전년말비 | 전년동월비 |
|---|---|---|---|---|---|
| 원화기준 | 160.14 | 156.31 | −2.4% | +9.6% | +15.6% |
| 계약통화기준 | 130.25 | 134.44 | +3.2% | +14.0% | +14.7% |
전월비를 보십시오. 계약통화기준으로는 3.2% 올랐는데, 원화기준으로는 2.4% 내렸습니다. 부호가 반대입니다.
읽으면 이렇습니다. 그 달에 수입하는 물건의 실제 가격은 올랐습니다.
그런데 원화가 그보다 더 강해져서, 원화로 치르는 금액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만약 뉴스가 “수입물가 하락”만 전했다면, 상품값이 내렸다는 뜻으로 읽히지만 사실은 아닙니다.

두 숫자 사이의 간격이 환율 몫입니다. 공표된 등락률로 직접 환산해볼 수 있습니다.
0.976 ÷ 1.032 = 0.94574 → 약 −5.4%
지수 수준으로 검산해도 같은 답이 나옵니다. (156.31÷134.44) ÷ (160.14÷130.25) = 0.94566, 역시 약 −5.4%입니다. 두 방법이 일치한다는 건 원화기준이 계약통화기준에 환율을 곱한 구조라는 뜻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누적도 볼 수 있습니다. 156.31 ÷ 134.44 = 1.1627 — 2020년 평균과 비교하면 환율 몫이 약 16% 더 붙어 있습니다. 2020년 이후 수입물가 상승분의 상당 부분이 상품값이 아니라 환율이었다는 뜻입니다.
표의 전년말비는 방향이 또 다릅니다. 연초 대비로는 계약통화기준(+14.0%)이 원화기준(+9.6%)보다 큽니다. 이 구간에서는 환율이 반대로 작용했다는 뜻입니다. 환율 효과는 늘 한 방향이 아닙니다.
지수의 88%는 내가 사는 물건이 아니다
두 번째로 확인할 것은 무엇의 가격인가입니다. 수입물가지수는 용도별로도 발표되고, 항목마다 가중치가 다릅니다. 총지수를 1000으로 놓고 나눈 몫입니다.

소비재는 1000 중 117입니다. 12%에 못 미칩니다. 나머지 883은 원재료·중간재·자본재, 즉 기업이 사서 쓰는 것입니다.
상승률은 더 갈립니다. 전년동월비로 원재료는 +26.6%, 소비재는 +2.2%였습니다. 총지수 +15.6%는 원재료와 중간재가 끌어올린 숫자입니다. 마트에서 집는 수입 물건에 가까운 쪽은 +2.2%입니다.
왜 원재료가 크게 움직이는지는 가중치를 더 들여다보면 보입니다.
석탄·원유및천연가스 한 항목이 1000 중 203입니다.
수입물가지수의 5분의 1이 에너지입니다. 그래서 국제 유가와 환율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총지수가 크게 흔들립니다.
그래서 어떻게 읽어야 하나
수입물가 뉴스를 만나면 세 가지를 확인하면 됩니다.
- 원화기준인가, 계약통화기준인가 — 환율이 섞인 숫자인지부터 본다
- 총지수인가, 용도별인가 — 내 지출에 가까운 건 소비재다
- 잠정치인가, 확정치인가 — 당월 숫자는 다음 달에 조정된다
하나 더 짚어둘 것이 있습니다.
이 지수는 수입 단계의 가격입니다. 소비자가 내는 가격이 아닙니다.
그 위에 운송·보관·가공·유통 마진과 세금이 붙고, 업체가 가격을 언제 조정하는지도 제각각입니다. 수입물가가 오른 달에 소비자물가가 같은 폭으로 오르지 않는 건 당연합니다.
이 “사이에 단계가 끼어 있어서 그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구조는 금리에서도 똑같이 나타납니다. 기준금리가 바뀌어도 내 대출 이자가 바로 안 움직이는 이유와 같은 모양입니다. 기준금리가 바뀌어도 내 대출 이자는 왜 그대로일까에서 다뤘습니다.
정리
- 수입물가지수는 한국은행이 월 1회, 전월 자료를 다음 달 중순에 낸다. 2020=100
- 당월 숫자는 잠정치다. 다음 달 공표 때 확정된다
- 원화기준과 계약통화기준이 함께 나온다. 환율 효과를 추정할 필요가 없다
- 2026년 8월은 계약통화기준 +3.2%, 원화기준 −2.4%로 부호가 반대였다
- 따라서 “수입물가 하락”이 상품값 하락을 뜻하지 않는다
- 소비재 가중치는 1000 중 117뿐이다. 총지수는 대체로 기업이 사는 것의 가격이다
- 총지수 +15.6%일 때 소비재는 +2.2%였다
- 이 지수는 수입 단계 가격이며 소비자가격까지는 여러 단계가 더 있다
해외에서 생긴 가격 변화가 환율을 거쳐 들어오는 경로 전체는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내 이자는 어떻게 되나에서, 한국은행이 이런 숫자를 무엇에 쓰는지는 기준금리는 금리가 아니라 거래 조건이다에서 다뤘습니다.
품목 하나를 끝까지 따라가 보면 구조가 더 선명합니다. 국제 유가가 주유소 가격을 거쳐 이 지수로 들어오기까지 무엇이 끼어드는지는 유가가 올랐다는 뉴스, 주유소에 닿기까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원자료는 한국은행 2026년 8월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잠정) 보도자료와 첨부 통계파일에서 확인할 수 있고, 과거 시계열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서 직접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수입물가지수를 읽는 방법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며 환율이나 물가의 향방을 예측하지 않습니다. 본문의 계산은 공표된 수치를 사칙연산한 것이고 식을 그대로 적었습니다. 지수는 매월 갱신되고 당월 값은 잠정치이므로 위 1차 출처에서 최신 수치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